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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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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읽고, 보고, 자고, 먹고, 걷는 시간, L'Art space Boan1942 Director Sungwoo choi
작성자 JINJUSIKDANG (ip:)
  • 작성일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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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55
평점 0점


ARTIST ROOM |CHOI SUNGWOO

Culture Creator CHOI SUNGWOO

English

함께 읽고, 보고, 자고, 먹고, 걷는 시간, 보안여관 대표 최성우

“개인의 평안은 왜 보살피지 않나요? ‘보안保安’이란 말의 진짜 뜻은 개인의 평화와 안녕을 도모한다는 일입니다.” 보안여관 대표 최성우와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일상의 안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해 주체 사상 같은 심각한 주제로 갔다 결국 음식 이야기로 끝난다. 보안여관 옆, 옛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생긴 ‘보안 1942’ 건물. 지하 2층 보안 책방에서 시작한 인터뷰도 그랬다. 보안여관의 ‘보안’의 진짜 뜻을 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그가 소장한 희귀판 한국브리태니커 판소리 완창집과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란 민중자서전(뿌리깊은나무 출판)을 구경하며 감탄하다 결국 그가 건네준 영광 에서 올라온 범성포소주(밀주로 추정)잔을 받았다.


“과거 한반도에 주막이 15만개(1900년대 조선주조사 기록확인)가 있었다고 해요. 이 말은 주막마다 다른 주모의 레시피로 담근 술이 15만가지 있었다는 뜻이죠. 이외에 집집마다 술을 담갔으니, 실제 수십만 가지 술이 존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죠. 이렇게 풍미 좋은 술이." 한산에서 우연히 구한 소곡주(소위 밀주)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렇게 기억에서 잊히고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성우 대표는 과거에서 이야기를 동시대의 담론으로 전환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다 고루할 수 있는 옛것도 그의 화법을 거치면 ‘오늘날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토종 벼, 소주, 판소리 등 우리의 맛과 멋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는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그의 이런 모든 이야기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행동으로 연결한다. 보안여관과 신관 ‘보안 1942’ 곳곳에서 읽고, 보고, 자고, 먹고, 걷는 행위로 실천하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사람들과 아침 일찍 인왕산을 함께 산책하기도 하고, 책방에서 책 한 권을 두고 토론회를 열기도 하고,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고, 토종 벼와 관련한 아트 전시를 여는 식이다. 그의 모든 동선에는 그와 나눈 대화와 일치하는 생각과 철학이 있다.

“지금 보안여관에 열리는 전시는 토종 벼에 관한 것이에요. 쌀 이야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는 전시. 제목도 <먹는 게 예술이다, 쌀>로 지었어요.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의식주의 모든 것에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에요. 요즘 TV 프로그램을 따라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주체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도 마찬가지죠.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어떤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맥락이에요. 모든 이야기가 함께 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안여관은 그래서 식문화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죠. 보안여관은 정체성이 분명해요. 국가와 사회에 빼았겼던 개인 보안保安의 회복, 문화 숙박업, 문화 생산 아지트, 복합 장르적 공간, 생활 밀착형 예술, 장소 특성적 예술을 키워드로 삼는 곳이죠. 원래 국적 불문, 시대 불문이란 이름 아래 백기를 걸려고 했어요. 'Everybody Welcome!'이란 뜻으로요.” 프랑스에서 문화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펼친 그의 바람을 담은 보안여관. 그가 이곳에서 실행하고 싶은 여러 덕목 중의 우선 지향하는 것은 “생활 밀착형 예술”이다. 그가 <먹는 게 예술이다, 쌀> 외에 여러 음식 관련 전시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야기하는 사이 다시 테이블 위에 음식이 놓였다. 땅콩호박과 토종 간끈동부콩으로 만든 이탈리아 파스타다. 우리나라 토종 재료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두오모’의 솜씨다. 역시 그와 나누는 대화에서는 먹을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토종 벼 이야기부터 나왔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의식주의 모든 것에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에요. 요즘 TV 프로그램을 따라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주체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도 마찬가지죠.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어떤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맥락이에요. 모든 이야기가 함께 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안여관은 그래서 식문화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죠. 보안여관은 정체성이 분명해요. 국가와 사회에 빼았겼던 개인 보안保安의 회복, 문화 숙박업, 문화 생산 아지트, 복합 장르적 공간, 생활 밀착형 예술, 장소 특성적 예술을 키워드로 삼는 곳이죠. 원래 국적 불문, 시대 불문이란 이름 아래 백기를 걸려고 했어요. 'Everybody Welcome!'이란 뜻으로요.” 프랑스에서 문화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펼친 그의 바람을 담은 보안여관. 그가 이곳에서 실행하고 싶은 여러 덕목 중의 우선 지향하는 것은 “생활 밀착형 예술”이다. 그가 <먹는 게 예술이다, 쌀> 외에 여러 음식 관련 전시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야기하는 사이 다시 테이블 위에 음식이 놓였다. 땅콩호박과 토종 간끈동부콩으로 만든 이탈리아 파스타다. 우리나라 토종 재료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두오모’의 솜씨다. 역시 그와 나누는 대화에서는 먹을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토종 벼 이야기부터 나왔다.

문화 생산 아지트에서 보고, 먹고

음식도 나왔으니, 요즘 빠져 있는 토종 벼 이야기부터 할까요?

과거에는 올벼, 졸장벼, 족제비찰, 북흑조, 흑갱, 흑저도, 녹두도 등 우리 땅에서 자생적으로 자라온 토종 벼가 천여가지였어요. 하지만 일제강점기, 박정희 정권의 통일벼들이 토종벼를 밀어냈죠. 생산량과 쌀 자급은 되었는데 밥맛이 없어진거죠. 그래서 시덥지않는 사람을 보면 밥맛없다고 말하잖아요. 이렇게 개량종들이 대량으로 재배되면서 토종 종자가 사라지고 있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우보농장의 이근이 농부를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농부들이 토종 종자를 다시 살리는 작업을 하는데, 우리가 그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10월16일 부터 토종 벼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시각예술작가, 요리사, 학자, 농부들이 함께 풀어내는 <먹는 게 예술이다, 쌀> 전시입니다. 아티스트와 농부가 만나면 어떤 풍경을 그려낼까요?

토종 벼가 왜 매력적인가요?

토종 벼는 아름답습니다. 생긴 것도 성질대로 거칠고 야생적이죠. 화학비료를 뿌리면 쉽게 죽어요. 그래서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길러야 하는데, 토종벼는 잡초들을 이기기 위해 꼿꼿이 높게 자랍니다. 생명력이 대단하죠. 볍씨 10알만으로도 1000배로 증폭하는 생산적 생명력! 이름도 각양각색 다양하고 생김새도 천차만별입니다. 자신만의 색깔과 성질이 분명하죠. 남을 닮으려 일부러 애쓰지 않고 자신의 땅과 기운에 맞는 스스로의 모습으로 자랍니다. 토종 벼는 기계에 들어가면 꼬이고 휘말려서 고장을 일으켜요. 마치 제도나 시스템에 반기를 들려고 애쓰는 사람 같죠. 그래서 저는 토종 벼가 좋아요. 사람들은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닮아가고요. 제 지인은 자신이 기르는 시추를 닮았어요. 미안하지만, 길에서 시추를 보면 그가 떠올라 웃곤 하죠.

현대판 주막에서 읽고, 마시고

역시 최성우 대표의 공간에서는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보안책방에서도 술과 음식을 팔더라고요.

보안책방에서는 전시 기획자 강영희 씨와 부암동 ‘심야오뎅’ 김슬옹 씨가 합류해 술과 음식을 팔고 있어요. 심야까지 운영하는데,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실 수 있죠.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가 이곳, 서촌에서 풍류를 즐기며 작품 활동을 했으니, 서촌의 지역성과 나름 연결 고리를 찾는다면 바로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요? 낮에는 보안책방, 밤에는 보안술집 프로젝트로 전환하죠. 책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과 술이 나란히 자리하고요. 아까 애기했듯이 조선시대 주막이 15만개 있었고, 주막에서는 술과 국밥을 먹으면 방을 제공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보안여관은 현대판 주막 인겁니다(웃음).

그럼,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인류의 비극은 원재료에서 멀어진 데서 시작해요. 이는 재료를 어디서 재배하고, 어떻게 가공하는지 모르고,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요리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의미로 가능하면 요리를 하려 노력합니다. 얼마 전에는 회사 사람들과 토종 쌀 해초 비빔밥, 무화과 샐러드를 해 먹었어요.



프랑스에서 문화 경영학을 전공한 후 보안여관에서 문화 행사를 여럿 주최하고 있으니 당신을 문화 기획자라고 부르면 될까요?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주세요.

문화는 기획할 수 없어요. 한 시대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결과물이니 문화 기획자라는 말은 맞지 않죠. 전시 기획자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음… 주체적 ‘문화 생산자‘라고 하면 어떨까요?

문화 생산자로서 어떻게, 왜 보안여관을 만들게 되었나요?

프랑스에서 문화경영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여러 정부 산하 문화 기관에서 일을 해보려 했는데, 제 뜻과는 맞지 않는 곳이더군요. 그 당시만 해도 문화 관련 부서는 권력 없고, 빽 없는 이들이 좌천되서 가는 곳이었죠. 그래서 저 만의 새로운 문화예술운동을 펼칠 공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우연히 보안여관을 찾았죠. 제가 보안여관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실은 글을 첨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통의동 2-1번지 ‘통의동 보안여관’은 80여 년의 세월 동안 ‘여관’이라는 이름 그대로 나그네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언제나 머뭄과 떠남이 공존하는 ‘문화 공간’이다. 통의동에서는 멀리 조선시대 진경 산수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이 벗들과 노닐었고, 세한도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 무명의 화가 허련을 가르쳤으며, 또 일제강점기에는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이 오감도에서 묘사한 그 막다른 골목도 바로 이 통의동의 골목이었다. 그런가 하면 1930년대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도 서정주 시인이 바로 이 보안여관에 하숙하면서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시인 등과 탄생시켰다. 주변의 경복궁, 청와대, 광화문, 영추문, 금천시장, 통인시장, 북악산, 인왕산 등의 중심에 위치한 이 ‘통의동 보안여관’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숨결과 역사가 서려 있을 것이고 그 숨결마다 맺혀 있는 모든 이들의 정처 없는 삶의 흔적을 남겨가는 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2007년부터 ‘문화 숙박업’으로서 생활 밀착형, 장소 특성적 예술을 생산하는 ‘문화 생산 아지트’로 자리하고 있다.”



‘보안 1942’ 공간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새로 지은 보안여관 옆 새건물 입니다. 보안 여관과 함께 함께 읽고, 보고, 자고, 먹고, 걷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죠. 가능하면 유난 떨지 않는 건물이 되고자 했어요. 건축가 민현식 선생이 설계했습니다. 땅을 파고 건물을 완공하기까지 무려 5년 반이 걸렸어요. 땅을 파자마자 조선시대 집터 4개가 나와 문화재 조사를 해야 해서 더욱 오래 걸렸습니다. 발굴된 집터들은 지하2층 보안책방 아래로 유리 바닥을 통해 그대로 볼 수 있게 했어요. 신관 건물 구성은 이래요. 3, 4층은 보안 스테이(게스트하우스), 2층은 Bbdrige 라 부르는데 메이드인보안 브랜드 굿즈를 판매하고, 비정기적으로 한 권만 파는 한권서점 , 1층은 카페 일상다반사, 지하 2층은 보안책방이자 술집입니다. 이름의 1942는 보안여관 천장에서 상량판에서 발견한 ‘1942년 천장을 보수했다’라는 기록에서 따왔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수전 손택-

보안책방은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책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이곳의 책은 어떻게 선별한 것인가요?

인물 그리고 더 깊은 시선, 이미지와 말, 그곳과 이곳, 밤과 꿈, 중독과 탐닉, 식물과 정원, 지난 세기의 호러, 재난과 폐허, 혼돈과 난센스, 작고 아름다운 역사, 쓰기 짓기 키우기에 관하여, 식물 시대의 풍경, 책의 책들, B의 서가. 보안책방은 이런 카테고리 아래 책을 배열해놓았어요. 재미있죠? 나름의 큐레이션을 거친 것이죠. 전시기획자 강영희씨가 북큐레이션을 합니다. 이 때문에 호기심을 느끼고, 보통 책방에 흔히 존재하지 않는 책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책도 많이 팔립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책의 책들 코너를 좋아해요.

책장 한쪽에 본인이 모은 책도 두었네요.

여러 장르의 제품을 모았는데, 특히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모든 책을 좋아해요. 브리태니커 판소리 모음집은 특히 아끼는데, 최근 여러 루트를 구해 다시 구했어요. 조상현 선생의 춘향전, 정권진 선생의 적벽가 등등 판소리 대가들의 마음 깊이 와 닿는 소리가 모두 담겨 있죠. “밥 해 먹으믄 바느질허랴, 바느질 아니믄 빨래허라>,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란 잡지를 한번 보세요. 어쩜 그들의 말을 이렇게 잡지 제목으로 뽑았는지. 하나 같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것들이죠.

함께 자고, 걷고

게스트하우스인 3, 4 층 보안 스테이는 방 안에 있는 가구부터 작품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모아온 콘솔형 장전축을 곳곳에 두었어요. 장응복 선생의 모노콜렉션 패브릭, 쿠션 등도 있고, 가구는 작가 장준호와 협업해서 만들었습니다. 참죽나무의 결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미니멀한 느낌의 디자인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며 만든 것이에요. 재미있게도 그렇게 만든 책상에 프랑스산 빈티지 의자를 놓으니 하나의 세트처럼 감쪽같더라고요. 나무를 대하는 감정, 좋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역시 국가와 시간을 초월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명은 백지혜 작가와 협업했어요. 찻잔 하나까지 섬세하게 골랐죠. 개개인의 ‘보안’을 바라며 배치한 물건인데, 그 장소의 의미를 잘 헤아려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방이 여러 개인데, 위치, 방향에 따라 창을 달리 내고, 그에 어울리는 그림과 소품을 매치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용한 방도 있어요. 지금 서울건축비엔날레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영국 작가가 와 있는데, 이런 동양적인 분위기와 위치 때문에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서촌이라는 공간 자체가 최성우 대표의 공간 아닌가요?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자전거를 타고 서촌을 누비며 곳곳을 소개하던 모습이 참 잘 어울렸어요. 서촌이란 동네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서촌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근간이 되는 조선의 가장 중요한 지역입니다. 안평대군이 서촌 수성동 계곡에 비해당을 지어 거기서 꾼 꿈 내용을 안견에게 그려달라고 해서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몽유도원도’입니다. 겸재 정선과 수많은 조선의 화가들이 인왕산, 서촌과 그 주변을 그렸고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서촌에는 이상, 이중섭의 집이나 작업실이 있었고, 서정주, 김동리, 김달진, 함형수 등이 보안여관에서 문학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죠. 그리고 청전 이상범, 박노수 같은 당대의 한국 화가들이 살았습니다. 현대 소설가 김훈, 박완서도 서촌에 터를 두었어요. 말하자면 서촌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문화 예술의 태생지이고, 그런 정서적 아우라를 여전히 간직한 곳이죠. 게다가 청와대, 경복궁, 인왕산, 북악산이라는 자연적, 인공적 환경을 갖추었기에 서촌은 서울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장소는 여전히 보안여관이라고 했어요. 2007년 첫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보안여관이 오픈했을 때 낡은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시킨 채 옛 모습 그대로 전시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무척 충격적이었죠. 지금까지 보안여관을 통해 이룬 풍경에 만족하나요?

‘건물은 짓는 게 아니라 자라게 하는 것‘이라는 커다란 명제에서 시작한 일이라, 아직도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동시대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대안적 제안을 하는 것이 문화 예술 기관의 역할 아닐까요? 공간으로서 구 보안여관은 의도적으로 손대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대신 새로운 보안 1942(신 보안여관)은 끊임없이 가꾸려 합니다. 보안여관은 원래 모습 약간은 불편한 그대로가 좋았어요. 벽지는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벽은 곳곳이 뜯겨져 나갔지만, 그 모든 것이 시간의 흔적이죠. 1호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작은 방들이 만들어내는 장소의 분위기. 묘하죠. 햇살이 스며들 때, 벽과 창으로 넘나드는 그림자를 좋아해요.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지어요. 서촌 풍경도 이곳에서는 다르게 보입니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해 현재의 내가 누군지 묻고. 내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삶에서 나의 위치가 어딘지 곁눈질해야 합니다.”

보안여관에서 좋은 작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소개한 사람들 중 우리에게 다시 한번 소개해주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너무 많으니까요. 내년으로 보안여관이 문을 연 지 10년이 됩니다. 초창기 함께한 작가들은 이미 중견 작가로 열심히 활동 중이죠. 청년 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두럭 Doluck과 함께한 작가도 많고요. 그중 몇 명이 떠오르지만 딱히 누구를 고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면서 ‘주체 의식, 주체 사상’이란 단어를 무척 강조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마르셀 뒤샹은 '모든 예술은 게임'이라고 했어요.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탄생하고 그 관계들이 이루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이 자라죠. 주체적인 사람 혹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자신이 어느 풍토, 지역, 기후, 역사, 사회에 위치하고 어떤 세월이 그 땅에 흘렀는지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해 현재의 자신이 누군지 묻고, 내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삶에서 나의 위치가 어딘지 곁눈질해야 합니다.


최성우의 테이스트

서촌에서 자주 가는 공간은?

밥집은 두오모, 디미, 술집은 내외주가, 안주마을

가장 최근에 구입한 물건은?

요즘은 사기보다 버리기 바쁘다.(웃음) 구입한 물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선시대 도시락이다. 수수와 대나무로 엮어 만든, 투박하기도 하고 정교한 가벼운 도시락이다. 양반의 목기 도시락이 아닌, 서민적 물건이라 특히 좋다.

권하고 싶은 책은?

<그리스 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정원으로 가는 길>(질 클레망). <그리스 인 조르바>는 자연과 교류하는 초(?)인류적인 삶을 꿈꾸게 한다. <정원으로 가는 길>의 저자 질 클레망은 정원사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자연을 삶에 끌어들여 정원, 공원이라는 문화로 발전시켰는가에 대한 담론을 담았다.

보안책방에서 틀고 싶은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는?

Arvo Pärt - Spiegel im Spiegel
Erik satie - Gymnopedies
노르웨이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Ketil Bjørnstad – 연주곡
캐나다 피아니스트 Glenn Gould – 연주곡
팝으로는 Olafur Arnalds Agnes Obel
Angel Olsen , Rachael Yamagata Josh Rouse , Susanna and the Magical Orchestre,
NICK CAVE, 프랑스 가수 Serge Gainsbourg, 남미 음악인 Seu Jorge, Atahualpa Yupanqui의 곡들도 좋아한다.
잡식성인 편이다.

본인에게 좋은 음식이란?

먹을 때는 그릇이 비워지는 것이 아쉽고, 먹은 다음 날에는 속이 편한 음식. 좋은 사람들의 기억을 품은 음식. 외할머니가 해준 어린 쑥 된장 조개국, 엄마가 해준 완전 타버린 스테이크 같은 것.

혼자 몰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

숙성 해삼 내장(고나와다). 고모부가 고나와다를 식구들 앞에서 꺼내 혼자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 태연하게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하루는 술을 마시고 몰래 고모부의 고나와다를 훔쳐 먹었다.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그 이후 고모부처럼 몰래 냉동고에 넣어두고, 혼자 꺼내 먹는다.

전통 시장에 관한 잡지 연재를 했다고 들었다. 추천하고 싶은 전통 시장, 지역 맛집이 있다면?

시장으로는 해남시장을 추천한다. 음식점은 음식별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 국밥으로는 안동 옥야할매국밥집이 최고다.


최성우 대표의 흑갱 타락죽 레시피

타락죽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선생님과 뒤박(뒤죽박죽)당에서 함께 만들고 배운 것인데, 일단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웃음)
토종쌀 북흑조 품종으로 요리하면 아무리 죽을 쑤어도 흑갱 특유의 거친질감이 느껴져서 좋다.

재료

갱 2/3컵, 물 1과 1/3컵, 우유 2컵, 소금 2작은술, 잣 5알, 대추 1알, 설탕·소금 약간씩


1 토종벼 흑갱 충분히 물에 불린다. (3시간 정도)

2 프라이팬을 달군 후 불린 흑갱을 참기름 혹은 들기름으로 볶는다.

3 노릇하게 볶은 흑갱에 물을 넣고 푼다.

4 한소금 끊으면 우유를 천천히 넣으면서 끓인다.

5 잠시 뜸을 들인 후 소금을 넣는다.

6 그릇에 완성한 타락죽을 담고 잣가루를 올려 낸다.

ABOUT ARTIST ROOM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맛인가요? 진주식당은 당신의 하루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당신의 의식주를 통해 삶의 취향, 철학과 신념을 섬세하게 탐험하려 합니다.

Writer | Anna Gye

Creative Director | Jinju Kang

보안여관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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