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게시판
  2. ARTIST ROOM

ARTIST ROOM

게시판 상세
평점 0점
ARTIST ROOM | HA RIM

Musician HA RIM

English

길 건너편의 남자, 하림

가수 하림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개성 강한 음악인’.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제3 세계 음악 선구자’. 음악 외에도 여러 문화 활동을 하는 ‘종합예술인’. 그는 그렇게 기존 음악인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는 아티스트라 불렸다. 분명 그는 달라서 낯설고, 그래서 더욱 설레는 사람이었다. 그가 갑자기 어디로 떠난다고 해도 놀랍지 않았다. 악기 하나, 여행 가방 하나 들고 길 위에 서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그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그가 이제는 굳이 떠나지 않아도 떠날 자유를 이야기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주었다. 그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길 건너 어디쯤에서 세대, 장르를 넘는, 진정한 경계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뜰리에 오’라는 공간을 만들고 예술 커뮤니티를 만들고 ‘도하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버려진 공간을 예술 활동으로 채우는 일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타를 전달하는 ‘기타 포 아프리카’ 프로젝트도 그 이야기의 일부다. 여행뿐 아니라 다이빙과 서핑 모임에서 그와 마주칠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그는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좀 더 자신다워지는 방법에 대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시흥동에 위치한 작업실 아뜰리에 오로 향했다. 그가 보낸 수년간의 일상이 일기장처럼 기록되어 있는 곳. 길 건너편에서 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작업실을 소개해주세요.

이곳 이름은 '아뜰리에 오(atelier O)'입니다. 함께할 공共, 근본 본本, 사라질 공空 등 함께하는 사람, 추구하는 근본, 예술의 헛됨 등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담았죠. 주로 여러 분야 사람들과 프로젝트성 작업을 해서 개인 작업실보다 거점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레지던스 형태로 함께 생활하는 예술가들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저 혼자 머물고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개인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발견하기보다 기억하기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물건도 가득하네요. 정리가 무척 잘되어 있는데, 배열에 나름의 이유가 있나요?

물건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상에 대한 애착이라 보죠. 시간이 갈수록 일상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물건을 정리하는 데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정리를 하다 보면 과거의 기억도 하나씩 정리되면서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현재의 삶에 충실해지죠.

과거의 물건을 통해 현재를 본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최근에 읽은 책 <여행하지 않을 자유>의 구절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진짜 삶의 느낌을, 다시 말해서 쉼 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고 오로지 버틸 것을 찾아내려면 발견하지 말고 기억을 더듬어라.”

예술가들은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과거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쩌면 새로움이란 기억의 파편 속, 일상의 순간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강박적으로 과거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다락방, 맛있는 기억이 넘치는 주방, 일하는 작업실 등 공간에 따른 시대의 기억을 모아 배열해두었죠.

말을 듣고 보니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물건의 배열에 따라 공간이 구분되는 것이 느껴져요.

맞아요. 공간 또한 나름의 동선을 품고 흐르죠. 이는 심리적인 동선이에요. 예를 들면 저곳에 클라리넷을 둔 것은 일부러 그것을 만지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기 위해서예요. 만약 담배를 끊겠다고 하면, 그런 의도로 물건을 배열하죠.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습관이 배고 동선이 생깁니다. 의도와 습관이 섞인 자연스러운 배열. 전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공간만 봐도 가수 하림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겠네요.

요즘 사람들은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하잖아요. 떠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를 담는 그릇 같은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에게 새로운 발견에 힘쓰지 말고 어떻게 순간의 감정을 잘 녹여낼지 궁리하고, 일상에 집중하라고 말하곤 해요.

<혼자보다 함께, 나누고 싶은 요리, 그리고 물건>

집에 이렇게 물건이 많은데 가장 최근에 구입한 패션, 리빙 아이템이 있을까요?

그냥 필요할 때 사요. 주로 온라인으로 사는 편이에요. 기능이 밖으로 드러난, 디자인에 의도가 없는 물건을 좋아해요. 옷도 그렇고요. 얼마 전 맞춤옷 사이트를 발견했어요. 지금 입고 있는 게 그곳 옷인데, 제 몸 사이즈에 맞춰서 구입했어요.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무채색에 까슬까슬한 소재로 만든 큰 사이즈의 옷을 몇 벌 샀죠.



이 공간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물건 세 가지를 꼽는다면요?

첫 번째는 비축해놓은 술,

두 번째는 비어 있는 넓은 책상,

마지막은 밖으로 난 창문.

책상이 비어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아프리카에서 선물 받은 기타가 있어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제가 기타를 선물했더니 자신들이 연주하던 기타를 줬어요. 아프리카의 어린 뮤지션에게 기타를 선물하는 ‘기타 포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악기를 볼 때마다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불끈 솟아요. 최근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아프리카가 예전 같지 않아요. 타국의 문화가 많이 섞이면서 그들만의 일상이 만드는 고유한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죠. 오히려 관광객들이 오면 부족의 옷을 입고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아프리카적인 모습을 만들려고 하죠.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기타 포 프로젝트’도 이런 연유에서 시작했어요. 처음 제가 기타를 선물로 준 아이는 지금 교수가 되어 있더군요. 자생적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는 일이 필요해요. 진주식당에서도 자신의 기호와 스타일을 닮은 물건을 제안하려고 해요. 개개인의 스타일을 맞춘 물건이죠. 제가 좋아하는 가방이 있는데, 홍대 길에서 샀어요. 주머니가 달린 위치가 저의 익숙한 동작과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래서 자주 메다 보니 어느새 찢어졌어요. 그런 가방을 사고 싶어서 여러 군데를 다녔는데,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네요. 대신 에코 백을 들고 다니죠.(웃음) 물건을 고르는 데 무척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에요.


진주식당에서도 자신의 기호와 스타일을 닮은 물건을 제안하려고 해요. 개개인의 스타일을 맞춘 물건이죠.

제가 좋아하는 가방이 있는데, 홍대 길에서 샀어요. 주머니가 달린 위치가 저의 익숙한 동작과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래서 자주 메다 보니 어느새 찢어졌어요. 그런 가방을 사고 싶어서 여러 군데를 다녔는데,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네요. 대신 에코 백을 들고 다니죠.(웃음) 물건을 고르는 데 무척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에요.

자주 가는 식당이 있나요?

동선에서 벗어나는 것을 안 좋아해요. 주로 집이나 작업실 근처 식당을 자주 찾죠. 성남 집 근처에서 기가 막힌 우동집을 찾았어요. '구르메 우동'! 생면을 쓰는 우동집이에요. 시흥동 작업실 근처에 있는 '항아리식당'도 반찬이 너무 맛있어요. 덕소에서는 '마루'라는 곳을 자주 가는데, 탕수육이 정말 맛있죠. 말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본인이 즐겨 먹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레시피도 공개해주세요.

해초 무침과 해초전!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청산도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해초를 사 왔어요. 보기만 해도 바다의 기운이 느껴지는 재료죠. 요즘 이 해초로 어떻게 하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잘 차린 한식이 좋아요. 시금치 된장국에 구운 생선, 금방 지은 밥을 올린 단아한 밥상.

하림 레시피

해초전

재료 : 해초·튀김가루·올리브유·설탕 적당량


1. 해초를 불린다.

2.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해초에 뜨거운 물을 살짝 뿌린다.

3. 튀김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른 후 3의 재료를 넣어 부친다.

5. 해초전 위에 설탕을 살짝 뿌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해초 무침

재료 : 해초·설탕·식초·간장·생들기름 적당량


1. 해초를 불린다.

2.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해초에 뜨거운 물을 살짝 뿌린다.

3. 설탕, 식초, 간장을 1:1:1 비율로 섞어 소스를 만든 후 해초와 함께 버무린다.

4. 생들기름을 살짝 넣어 먹는다.

*참기름은 해초의 향과 어울리지 않아 들기름을 이용하길 추천한다.

여행보다 일상

이 공간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어떤 풍경인가요?

아침에 일단 물 한 잔을 들고 화분 앞으로 가요. 물을 주고, 마른 잎을 떼어주기도 하면서 인사를 건네죠. 우연히 화분을 구입해서 돌보게 되었는데, 심리적으로 많은 위안을 줘요. 심리적으로도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고요. 그렇게 화분과 한창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어머니가 부르시죠.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다시 화분 앞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어요. 오전에는 가능하면 최대한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오후가 되어 작업실에 와 일을 시작하면 정말 쉴 틈이 없죠. 밤이 된 줄도 모른 채 일에 빠져 있을 때도 있어요.

이곳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요? 보통의 음악 작업과는 달라 보여요. ‘도하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도 그렇고요.

어릴 적 꿈이 가수였어요. 결국 꿈을 이룬 셈인데, 가수로 여러 활동하면서 뭔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그 이유를 찾고자 예술가들을 만나고, 작업을 돕기도 했는데,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다른 장르와 교류하다가 몽골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서 기획자들을 만나면서 왠지 시야가 분명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제 스스로 ‘문화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술을 먹고 나누던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실천했죠. 공연 기획부터 했어요. 사람들과 역할을 구분하고,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도하 프로젝트, 시크릿 액션 등 여러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죠. 최근엔 좀 더 새로운 방식을 찾고자 잠깐 쉬고 있어요. 나은 방식으로, 시간을 들여가며 준비를 하고, 기획과 진행을 해야겠다는 생각. 훌륭한 요리를 하듯이 말이죠.

요즘 매달려 있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블루카멜 앙상블이라는 발칸 음악 연주팀을 만들었는데, 그 팀의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어요. 공연 쪽으로는 1인극과 함께하는 공연을 시도해보려 해요.

작업의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아요?

여행이죠. 여행지에서 곡을 쓰는 편이에요. 음식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요리를 하면서요. 집에서도 어머니 대신 요리할 때가 많은데, 서양 요리는 주로 제 담당이에요. 오늘 아침에는 오믈렛과 웨지 감자, 토마토, 가지를 살짝 구워 먹었어요. 배고프면 냉장고 뒤져서 뭐든 만들어 먹는 편이에요.


다시, 일상

최근 당신을 놀라게 한 공연이 있나요?

'삼청로146' 공연장은 늘 놀라움을 줘요. 끼 있고 천재적인 아티스트들, 예를 들면 강이채, 마더바이브, 선우정아, 고상지, 바버렛츠 등 에너지 넘치는 음악가들이 공연하는 곳이죠.

자주 듣는 노래 목록도 궁금해요.

주로 연주곡이 많은데, 연주가 곤치치Gontiti의 바흐 멜로디 기타 연주 음악을 자주 들어요. 볼륨을 작게 하고 들으면 더 좋아요.

진주식당에 소개하고 싶은 다른 아티스트를 소개해주세요.

기타리스트 고의석 또는 프로듀서 포스티노. 두 사람 모두 먹는 데 일가견이 있죠.(웃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일상 속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란 어떤 것일까요?

햇볕, 날씨, 기온, 요일을 알고 살아가는 것. 시간에 구속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ABOUT ARTIST ROOM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맛인가요? 진주식당은 당신의 하루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당신의 의식주를 통해 삶의 취향, 철학과 신념을 섬세하게 탐험하려 합니다.

Writer | Anna Gye

Creative Director | Jinju Kang

하림 인스타그램

instagram.com/hareem76/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이름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