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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OM | JO LEWIS

Artist Jo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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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조 루이스

런던 하늘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길 사이로 드리운 나뭇잎도 활기를 찾는 듯 보였다. 길을 오가는 런더너의 표정도 느긋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런던에서 작업을 하는 회화 작가 조 루이스도 그랬다. 상세히 말하자면 그녀의 표정은 초여름 햇빛 같았다. 맑고 투명한 빛 말이다. 런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이지만 세련미가 느껴지고 적절한 온기가 서려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그녀의 그림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한 순간, 테이블 위에 준비한 음식이 하나씩 차려졌다. 레몬 홍차와 얼그레이 티, 그녀의 장기인 머랭이었다. 화려하지 않음에도 먹는 내내 생기가 차오르는 느낌이 절로 전해지는 건 그녀의 섬세한 배려 덕분이었다. 온화한 표정과 환대는 따뜻한 차처럼 긴장을 풀어주었다. 조 루이스는 남다른 작업을 하는 회화 작가다. 그림을 '그리기'보다 '포착한다'라는 설명이 알맞다. 수로에서 작업을 하는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후 물에 담가, 색이 번지고 흐르는 순간을 그림에 담는 것이다. 순간의 감정이 소재가 되고, 흐르는 물이 붓이 되어 그리는 그림이랄까. 사람과 자연, 의도와 우연이 결합된 작품이다. 물길을 포착한 그녀의 그림은 그녀처럼 맑고 곱다. 상업 브랜드들도 그런 그녀의 순수한 그림에 동화되고자 했다. 에르메스 런던 매장, 호주 연방 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런던 지점, 런던 왕립 음악 대학Royal College of Music London 등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설치하는 것뿐 아니라, 2016년에는 한국 SPC와 패키지를 함께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공간에서 꾸준히 개인전 및 그룹전을 열고 있다.

Everyday, Just keep going

2016년 한국 SPC과의 작업을 통해 당신을 알게 되었어요. 세계적으로 많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SPC와 함께한 작업은 무척 즐거웠어요. 서울도 처음 가보았고요. 런던도 복잡한데, 서울은 더하더군요.(웃음)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 자신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상대방과 신뢰 있는 관계에서 일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컬래버레이션은 본인의 작업에 갇혀 있는 아티스트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여러 분야,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무척 매력적인 과정이죠.

매일 작업을 한다고 들었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아침에 일어나 가족을 돌본 후, 오전이나 해가 높을 때 3~4시간 정도 근처 수로에서 작업을 합니다. 물길의 모양을 관찰하다가 정확한 순간을 포착해야 하기에 높은 집중도가 요구되죠. 그래서 4시간 이상은 불가능해요. 혼자 작업하는 것이 더 좋아요. 오후에는 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 몰두하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여기 벽에 걸린, 종이를 말아 붙이는 조형 작업이에요. 이 작업은 저의 다른 회화 작업과 근본적으로 비슷해요. 구분하자면 물의 농담이나 물결로 공간감을 표현하던 것을 종이의 말림과 배색을 통해 3차원 방식으로 공간감을 작품에 담는다는 것이 다르죠. 종이를 만 후 잘라서 띠를 만들고 이를 모형화합니다. 마는 방법에 따라 성질이 달라져 의도하지 않은 모양이 나오죠. 종이가 말려 들어가면서 앞뒤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배색과 형태, 곡선의 모양도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면서 여러 형태를 만드는데, 아직 생각할 부분이 많아요.

당신의 회화 작업을 보면 블루를 많이 쓰는 듯하네요. 가장 좋아하는 색인가요?

여러 가지 색을 쓰지만, 결국 블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블루를 좋아해요. 어릴 적 제 방에서 하늘이 보였는데,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늘 마음이 편해졌죠.

어릴 적 기억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자연 속에서, 자연의 과정을 작업에 포함시키는 것도 평안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예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마음이 맑고 편안해지길 바라요. 창조 과정은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몰아붙여 작품을 만드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어마어마한 생명력과 에너지가 전달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바는 다른 방식이에요. 안정적인 삶과 그것을 가능한 한 편안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죠.

Home for slow living

그래서인가요? 당신 집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볕이 가득히 들어오는 집이죠. 특히 1층에 위치한 테라스는 날씨가 좋을 때 자주 시간을 보냅니다. 런던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죠. 이 집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집 안에 당신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이 걸려 있네요.

가족과 친구들의 작품을 함께 걸어두었어요. 'I hate parent'라고 쓴 삐뚤빼뚤한 글씨는 사실 제 딸이 어릴 때 화가 나서 쓴 거예요. 제 작업용 잉크로 한 면을 까맣게 칠한 게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벽에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그림, 사진, 심지어 낙서까지 버리지 않고 모아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었어요. 지금 사는 집을 그린 남편의 그림도 있고요. 매년 아이들이 주는 생일 카드로 있네요.

Creating Every Moment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하나요? 오늘 아침 메뉴는 무엇이었나요?

자주 해 먹는 편이에요. 아침은 주로 포리지porridge(영국식 아침 식사, 우유에 적신 오트밀)를 먹습니다.

자주 즐기는 요리를 소개해주세요.

머랭을 좋아해요. 아주 영국적인 디저트인데, 차와 함께 먹으면 좋아요. 생크림과 먹어도 그만이죠. 전 단순한 걸 선호해서 요리도 재료를 살리는 간단한 레시피를 좋아해요. 요리를 통해 재료의 본성을 일깨우고, 섬세함을 살리는 것이죠. 머랭도 달걀흰자와 설탕으로만 이루어졌어요. 친구들이 저를 머랭의 여왕(queen of meringue)이라 부른답니다. 한번 먹어보세요.

정말 파는 것보다 맛있네요! 잔잔한 버블이 느껴지다가 부드러운 생크림이 머랭의 단맛과 촉감을 감싸면서, 레몬 홍차로 자연스레 손이 가게 하는 기분 좋은 달콤함! 평소에는 주로 어떤 요리를 하나요?

평소에는 채소를 간단히 익혀 먹는 걸 좋아합니다. 생선도 좋아해요.

요리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작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관련이 있다고 봐요. 진주식당을 통해 예술가에게 요리 레시피를 물어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요리나 예술이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란 공통점이 있죠. 손을 통해 감정이 전해지고, 순간적인 감각을 찰나에 포착해야 한다는 점도 비슷해요. 마치 사랑 같은 거예요.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죠.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요리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어요. 재료에 대한 창의성, 몸을 이용한 여러 과정 등 서로의 유사점 속에서 해결책이 보이는 것이죠. 삶과 작품에 사실 경계란 없다고 봐요. 둘은 연장선에 있고, 우린 어떤 순간을 보고 잡아내는 것일 뿐이라 생각해요. 우리 삶엔 언제나 참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마치 수로에 몇 시간씩 서서 물결이 색을 퍼지게 하는 순간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처럼요.

방금 그 말에서 좋은 울림이 전달돼요. 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느껴지네요.

모든 이들이 겪는 일이니까요. 제 작품이 단순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순간을 위한 기다림에 집중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죠. 지루하고 힘들지만 저에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음식은 무엇일까요?

지난 주말에 제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친한 친구와 이웃을 초대했는데, 그분이 요리사예요. 그분 덕분에 정말 근사한 상차림이 되었어요. 어떤 요리든 함께 나누면 좋은 요리가 되죠.

런던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런던은 자연과 도시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강의 때문에 자주 시내로 가는데, 이 동네는 기차로 15분이면 도착할 만큼 시내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무척 조용하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요. 새나 다람쥐가 정원을 들락거리고 여우도 살고요. 작업을 하는 수로가 근방이라 사실 이곳이 아니라면 작업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ABOUT ARTIST ROOM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맛인가요? 진주식당은 당신의 하루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당신의 의식주를 통해 삶의 취향, 철학과 신념을 섬세하게 탐험하려 합니다.

Writer | Anna Gye

Creative Director | Jinju Kang

참고 | 조 루이스 홈페이지

www.jolewisart.com | instagram.com/jolewi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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